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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31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최국 정상으로서 막중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첨예한 미중 패권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 11년 만에 한국을 찾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정상회담 등 굵직한 양자회담이 예정돼 있다. 6년 만의 미중 정상 간 만남이 예고된 다자외교 무대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한국 외교의 위상뿐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국익중심 실용외교'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최대 자녀결혼 관건은 관세 협상 마무리 여부
미중 무역 갈등 조율에 이 대통령이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첫 번째 관심사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초강대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언급한 적이 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이 대통령이 미중 정상이 타협하고 악수하는 장면을 이끌어내고 공존과 한국장학재단 타협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한다면 세계 어느 지도자도 할 수 없었던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입장에선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장기 교착상태에 빠진 관세 협상을 매듭지을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관세 협상이 장기화하면 한국 기업에 대한 부담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에도 적잖은 영향을 화의기업 미칠 수밖에 없다. 홈그라운드에서 한미 정상이 마주 앉을 수 있는 것은 좋은 계기지만, 시간에 쫓겨 국익에 위배되는 합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에 관세 협상 '노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을 얻어내기 위한 외교안보 분야 협상만이라도 타결해 발표하는 것이 한국의 '플랜B'이다.
현대캐피탈근로자대출 한중·한일정상회담도 각각 개최될 전망이다. 한중정상회담은 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고, 시 주석의 국빈 방한은 2014년 박근혜 정부 이후 11년 만이다. 아울러 북한·중국·러시아 간 최근 연대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21일 결정될 일본의 차기 총리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 대통령의 첫 대면식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우익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총리로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시바 시게루 현 일본 총리와 세 차례 정상회의로 구축한 '셔틀 외교' 불씨를 살리며 과거사 문제도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 시기인 2017년 11월 9일 중국을 찾은 트럼프(오른쪽)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시진핑 앞 보란 듯 '한미일 의기투합' 연출될까
북중러 밀착에 맞서 한미일이 경주에서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연출할지도 이 대통령이 고민할 만한 대목이다. 한미일 3국 공조 강화는 이 정부의 지향점이지만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실용외교와 어긋나는 지점도 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의 희토류 등 자원 무기화를 하는 것에 대응해 한미일이 모여서 이를 의제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소장은 APEC을 계기로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부각될 가능성에 대해 "이 경우 APEC이 소위 민주주의 국가 진영과 권위주의 국가 진영 간 대결의 상징적 공간으로 전환되는 것"이라며 "한국으로서 큰 외교적 손실"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 말 경북 경주시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주무대가 될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전경. 경주시 제공


다른 회원국들과의 관계 형성은 중요한 과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글로벌 무역갈등 심화로 민생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해법 중 하나로 '시장 다변화'를 꼽았다.
이 대통령이 주도한 '경주 선언'이 나올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다만 다자간 자유무역을 두고 미중 간의 시각차가 워낙 커서 이에 대한 의미 있는 선언이 도출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교수는 "이번 캄보디아 (대학생 감금 사망) 사태로 초국적 범죄의 심각성이 다시 확인된 만큼 APEC 회원국 간에 범죄 예방을 위한 성명을 도출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