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안 조나스, ‘아름다운 개’(2014) © 조안 조나스. 뉴욕 글래드스톤 갤러리 제공


비디오와 퍼포먼스, 설치와 음향, 텍스트와 조각까지 반세기 넘게 장르를 가로지르며 예술의 실험을 펼친 세계적인 작가 조안 조나스. 그의 국내 미술관 최초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가 지난 20일 막을 올린 제8회 백남준 예술상 수상작가전 ‘조안 조나스: 인간 너머의 세계’에선 50여 년의 작업 여정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작가의 창작 서사를 펼쳐 보인다. 주제·형식의 전환과 확장 시점에 따른 3개의 장으로 나뉘며 총 41점의 작품과 아카 바다이야기고래 이브가 관객을 맞이한다.
조안 조나스는 초기 비디오와 퍼포먼스 실험을 선도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여성성과 정체성에 날카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개념미술과 연극에 이르기까지 현대미술 장르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이번 전시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는 점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백남준과 조안 조나스, 두 거장은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뉴욕 소호에서 이웃이었고 20세기 비디오 아트를 이끌며 새로운 예술의 성립과 발전에 기여하고 실험정신을 공유했다.



조안 조나스, ‘오개닉 허니의 비주얼 텔레파시’(1972) © 조안 조나스. 뉴욕 글래드스톤 갤러리 제공


사이다쿨바다이야기게임첫 번째 장 ‘실험-급진적인 순간들’은 1960~70년대 뉴욕에서의 급진적인 실험으로 시작한다. ‘바람’(1968)은 겨울 해변에서 촬영된 흑백 필름으로, 바람이 퍼포머의 움직임을 결정하도록 내맡긴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에서 바람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또 하나의 주체로 등장한다.
이어 ‘오개닉 허니의 비주얼 텔 야마토게임장 레파시’(1972)는 휴대용 비디오 카메라라는 신 기술이 가져온 ‘즉시성’에서 조나스가 다른 자아를 상상하고 구축해 나간 실험을 엿볼 수 있다. 아날로그 필름과 달리,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비디오의 등장하자 조나스는 자신의 움직임이 즉시 화면에 반영되는 점을 중심으로 시각적 실험을 발전시켰다. 여성성, 이미지, 정체성에 관한 그의 탐구가 본격 시작된 바다신2릴게임 지점이다.



조안 조나스, ‘시내, 강, 비행, 패턴 III’, (2016/2017) © 조안 조나스. 뉴욕 글래드스톤 갤러리 제공


두 번째 장 ‘여행-자연의 정령·동물 조력자’는 조나스의 작업이 여행과 세계의 이야기로 확장되던 1980년대 이후에 초점을 맞춘다. 작가는 각지의 풍경과 신화, 의례와 동물의 흔적을 수집해 인간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생태 서사를 구성했다. ‘시내, 강, 비행, 패턴 III’(2016·2017)은 베트남·싱가포르·미국·유럽 등 장소의 이미지가 한 화면에서 교차하며 ‘새’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의 감각이 교차하는 순간을 만든다. 천장에 설치된 종이 연(鳶)은 작가가 베트남 하노이 근교 작은 마을에서 발견한 것으로 여행 중 수집한 오브제를 작업에 반영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조나스의 반려견 오즈(Ozu)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비디오 작품 ‘아름다운 개’(2014) 역시 주목할 만하다. 오즈의 목에 소형 카메라를 부착해 또 다른 생명체인 개의 시선과 호흡이 그대로 담기며 관람객에게 전달된다. 때로 흔들리고, 뒤집히고, 급하게 흔들리다 멈추는 화면은 개의 세계를 경험하게 만든다. 인간의 시선을 기준으로 삼아온 영상 언어가 동물의 리듬과 호흡을 만나며 낯설게 변주되는 작품이다.



조안 조나스, ‘소리 만지기’(2024) © 조안 조나스. 뉴욕 글래드스톤 갤러리 제공


마지막 장은 ‘공생-되살림과 변주’를 주제로 최근작을 중심으로 조나스의 창작이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 ‘소리 만지기’(2014)는 해양생물학자 데이비드 그루버와의 깊은 교류에서 탄생한 작업으로, 과학자의 시선으로 기록란 해양생물들과 조안 조나스의 퍼포먼스 드로잉, 낭독, 호흡이 결합의 하나의 서사를 만든다. 관객은 상자 구조물 너머 세 채널의 이미지를 들여다보며 소리를 ‘듣는’ 것에서 ‘만지는’ 감각으로 확장되는 체험을 한다. 예술과 과학, 신체와 영상이 서로의 감각을 넓히는 조나스의 실험이 현재에도 계속됨을 보여준다.
‘빈 방’(2025)은 종이 조각·드로잉·비디오가 빛과 그림자 속에서 느리게 교차하는 대규모 설치 작품이다. 조나스가 1960년대부터 오래도록 다뤄온 시각 언어를 총체적으로 소환한다. 허공에 떠 있는 종이 조각, 벽면을 가득 채운 나무 드로잉, 내부에서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빛은 사라진 존재들의 흔적이 남기는 여운을 품고 있다. 조나스와 오랜 시간 협업해 온 재즈 음악가 제이슨 모란이 작곡한 피아노 선율과 소녀들의 그림자를 담은 비디오는 변주로 재등장한다. 작품은 생명이 저물고 소생하는 순환을 함축한다.



조안 조나스, ‘빈 방’(2025) © 조안 조나스. 뉴욕 글래드스톤 갤러리 제공


29일부터 전시 기간 주말마다 가족 대상 워크숍이 운영되며, 예약은 지지씨멤버스에서 가능하다. 전시는 내년 3월29일까지.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