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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분명 발달에 어려움이 있겠지.'
그렇게, 나는 아이의 발달부터 의심하고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친구와 어울리지 못한다', '수시로 교사를 공격한다',  '착석이 어렵다' 등의 보고도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듯했다. 담임교사와 통화를 했다. 그러나 담임교사는 조금 호남석유 주식
다른 이야기를 했다.
"인지 지연은 전혀 의심되지 않아요. 숫자나 한글 학습에서도 오히려 빠른 편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또 다른 가능성을 떠올렸다.
'혹시 자폐성 경향일까?'
아이가 보이는 막무가내의 공격성을 교사와 부모가 몹시 힘들어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A를오르는주식
직접 보기 전까지는 어떤 조언도 섣부르게 느껴졌다. 
나는 부모의 동의를 얻어 A의 집을 방문했다. 문을 열자, 작고 예쁜 아이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 네가 A구나. 반가워. 내가 누굴까?"
"선생님이요! 나랑 놀아주러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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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 미소가 방 안을 환하게 비췄다. 최소한 언어지연이 있어도 지연의 범위가 크지 않을것 같았고, 눈맞춤도 잘되는 아이였다. 



현재 장애인가족 지원체계는 장애당사자부모보다 '장애자녀를 둔 비장애부모'에게 집중되어 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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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들떠 손님맞이에 신이난 아이의 손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가니, 블록이며 놀잇감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A는 블록을 착착 끼워 '기지'를 만들고, 여기는 입구, 여기는 악당을 가두는 곳이라며 자신만의 상상세계를 펼쳤다. 아이의 손끝에서 재현되는 장면들은 여느 아이들의 놀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날, 나는 아이와 부모주식홈페이지
와의 상호작용을 직접 관찰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는 누군가 지켜보는 상황이 불편했던 것 같다. 아이와의 놀이가 시작되지 못하자, 나는 옆에서 자연스레 말을 건넸다.
"우와, 이건 누가 알려준 거야?", "이 블록 나도 좋아하는데, 누가 사주셨어?", "여긴 목욕탕이야? 너는 누구랑 목욕해? 목욕시간에는 뭐하고 놀아?" 
A와 A의 부모는 대답 속에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는 부모를 사랑하고, 부모는 아이를 사랑했다. 가족 모두가 서로에 대한 애정을 밝게 표현했다. 초롱한 눈빛으로 어른들 대화에 끼고 싶어 안달이 난, 그 또래의 평범한 아이였다.
하지만 교사와 부모의 말로는, 아이가 화를 내기 시작하면 아무도 말릴 수 없다고 했다. "정리하자"는 말에 응하지 않고, "숟가락 좀 놔줘" 같은 간단한 부탁에도 거부 반응을 보인다고 난색을 표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직접 물었다.
"왜 엄마가 '숟가락 젓가락 좀 놔줘' 하면 안 하니?"
쭈뼛하던 아이가 대답했다.
"그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 순간,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럴 수 있지. 여섯 살이면 모를 수도 있어."
내 말에 아이는 환하게 웃었다. 참 예쁜 웃음이었다.
우리는 아이의 어려움을 하나씩 짚어보기로 했다. 먼저 환경을 조금 바꾸고, 지시의 범위를 정하기로 했다. 꼭 혼내야 하는 일의 목록을 정하고 시각자료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상기할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리고 그에 따라 부모의 훈육 방식을 조정해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보는 일도 놓치지 않기를 부탁했다. 여느 여섯 살이 하는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의 훈육도 그렇지만 부모가 아동발달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것도 필요했다. 
돌아오는 길, 생각이 많아졌다. 
'이 부모는 협동조합을 통해 주변과 연결되어 있으니 가능한데, 그렇지 않은 다른 발달장애 부모들은 대체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있을까?'
그 질문이 며칠째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현재 장애인가족 지원체계는 장애당사자부모보다 '장애자녀를 둔 비장애부모'에게 집중되어 있다. 돌봄을 나누고 쉼을 제공하는 바우처는 있지만, 장애 당사자이면서 부모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비장애 자녀를 위한 지원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육아에 관한 전문가의 자문, 시기별 놀잇감 시기별 문해력교육이나 도서지원 등이 신청과정에서조차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는 신청하지 않아도 알아서 제공되면 참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내내 마음에 남았다.  
어느 순간 '차라리 장애아를 낳았더라면 심리지원이나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스치며 마음 한구석이 미안함으로 뜨겁게 차올랐다.
영국의학저널 Journal of Medical Genetics에 실린 Crow 등(1998)의 연구에 따르면, 비증후군성 지적장애의 형제자매 재발 위험은 약 3.5~14% 수준으로 보고되었다. (출처: PubMed, PMID 9541099) 이는 유전적 결함이 명확하지 않은 지적장애 부모의 경우, 자녀가 비장애로 태어날 확률이 대체로 86~96% 수준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모든 경우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유전적 이상이 없는 지적장애 부모에게서 비장애 자녀가 태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비장애인에게도 육아는 늘 벅차다. 나 역시 유아교육과 특수교육을 전공했지만, 결혼 전까지 돌봤던 아이들은 대부분 말하지 못하는 특수학교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내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두려웠다. 무슨말을 어떻게 반응해야할지는 늘 어려웠다.  말로, 몸으로, 눈으로 세상을 배우려는 아이의 에너지는 매번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육아는 달콤한 꿀같을때도 있지만 때로는 '시한폭탄'을 품고 사는 일 같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비장애 부모인 나조차 하루에도 몇 번씩 막막한데 인지적 어려움이 있는 부모는 얼마나 더 벅찰까.
부모의 언어를 넘어서는 아이, 부모의 사고를 추월하는 아이 앞에서 그들은 얼마나 불안하고, 또 얼마나 외로울까.
나는 요즘, '부모의 부모다움'을 지켜주는 사회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느낀다. 이들을 단지 '보호'가 아닌, '부모로서 존중'하는 복지 체계가 필요하다. 조부모에게 돌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이건 가족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다.
특수교사로 일하던 20년 전, 한 설문지에서 "장애인의 결혼을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찬성'에 체크했다. 하지만 그다음 질문, "장애인의 출산을 찬성하느냐"에는 선뜻 찬성을 누를 수 없어 '반대'를 골랐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 설문이다. 누가 누구의 결혼과 출산을 '찬성'하고 '반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땐 단지, "아이들에게 부모라는 또 다른 짐을 지우고 싶지 않다. 여태 발달장애아를 키워낸 부모에게 다시 숙제를 주면 안 된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때 다섯 살이던 아이들이 이제 스물다섯이 되어 나에게 연락을 준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연애한다고, SNS에 올린 사진 속 미소가 너무나 빛난다. 그들의 젊음은 여느 청년들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나는 몇해전 그들이 나에게 물었던 질문을 잊을 수 없다.
"선생님, 저도 아이를 낳고 싶어요. 그게 잘못된 생각인가요?"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아니, 네 생각은 틀리지 않아. 누구나 결혼할 수 있고, 누구나 아이를 낳을 수 있지. 다만 사회가 아직 너희를 부모로 '지원'할 준비가 덜 됐을 뿐이야."
그 말이 내 마음에 아직도 걸린다. 지원이 미비한 사회 속에서 그들의 '부모로서의 가능성'을 믿지 못했던 건, 어쩌면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자란다. 이제 내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고, 나는 또 다른 세대의 부모들과 마주한다. 하지만 장애 당사자 부모를 위한 지원은 여전히 공백 상태다. 이 현실 앞에서, 나는 여전히 미안하다. 어른이 된 특수교사로서,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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