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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값은 많이 내렸던데, 김치는 왜 이렇게 비싸요?”
일주일에 한두 번 동네 마트를 찾는 주부 한모(65)씨는 최근 이렇게 하소연했다.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값은 크게 떨어졌는데, 정작 김치값은 오히려 오르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는 “가족이 먹는 건데 중국산을 사기도 그렇고, 요즘은 그냥 김치 대신 다른 반찬을 사려고 한다”고 했다.
통계를 보면 한 씨의 체감이 틀리지 않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김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9% 상승했다. 가공식품 전체 평균(4.2%)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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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값이 크게 오르는 건 최근 일이다. 2023년 8월부터 1년간은 오히려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흐름이 뒤바뀌었다. 지난 4월에는 전년 대비 상승률이 20%를 넘기도 했다.
반면 배추값은 정반대 흐름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달 중도매인 기준 배추 10㎏(3포기·상품)당카카오릴게임
가격은 1만3346원으로, 작년 같은 달(2만2849원)보다 40% 넘게 내렸다. 포기당 7000원이 넘던 배추가 이제는 4500원 수준이다.
 김치업계 "밭떼기 배추는 오히려 비싸져"
그렇다면 왜 김치값은 내리지 않는 걸까.
김치업계에 이런 질문을 하면 한숨부터 되돌아온다. 경북의 한 김치업체 대표 증권교실
A씨는 “시장에 나오는 배추 시세와 김치공장에서 실제 사오는 배추값은 전혀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공장 대부분이 가락시장보다 밭에서 직접 물량을 확보하는데, 이 ‘밭떼기 가격’이 작년엔 ㎏당 500~550원이던 게 지금은 700원대로 올랐다”며 “기후변화로 재배지가 줄고 업체 간 물량 경쟁이 붙으면서 밭떼기 가격이 계속 오르는 추상한가매수
세”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어렵게 확보한 배추의 품질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올여름 강원 강릉은 가뭄에 시달렸지만, 그 반대인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고랭지 배추 산지인 강원 태백은 비가 너무 많이 와 배춧속이 제대로 여물지 못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태백엔 3~20일, 22~26일 연이어 비가 내렸다. 3주 넘게 비가 계속 내리다보니금관련주식
쓸만한 배추가 별로 없다는 평가가 많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평소엔 배추 한 포기의 절반 정도만 김치로 쓰이는데, 올해는 그 비율이 더 떨어졌다”며 “수율이 낮아지면 결국 더 많은 배추를 써야 하기 때문에, 김치 제조비용이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는 “11월부터 저장용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데, 정상적인 품질의 배추가 많지 않다”고 했다.
 "김치 원가의 30%만 배추...결국 고정비가 문제"
충남의 또 다른 김치업체 대표 B씨는 “김치값을 배추값으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김치 무게의 70%가 배추인 건 맞지만,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도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김치엔 배추 외에도 무·고추·마늘·생강·젓갈·조미료·설탕 등 10여 가지 재료가 들어간다"고 했다.



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반찬매장에 김치가 진열돼 있다. 한국물가협회는 김장철을 앞두고 전국 17개 시도의 주요 김장재료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김장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평균 37만8천860원으로 지난 해 대비 9.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B 대표는 "사실 이 중에 배추만큼 싼 것도 없다"고도 말했다. “공장에서 배추를 3㎏에 1500원 정도에 사오는데, 이 정도 가격의 채소는 거의 없다”며 “배추 가격은 오르내림 폭이 클 뿐, 김치 완제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는다”는 것이 거의 설명이다.
김치값을 끌어올리는 건 인건비·포장비·임대료 등 ‘고정비’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미 국내 김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업체가 마진을 남기려 욕심을 부릴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김치 제조업체의 생산능력은 2014년 323만8000t에서 2023년 423만6000t으로 연평균 3% 늘었다. 반면 실제 생산량은 42만2000t에서 49만7000t으로 같은 기간 해마다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생산능력은 커졌지만 공장 가동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값싼 중국산 김치의 공세까지 더해졌다. 지난해 김치 수입액은 1억8986만달러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억3091만달러)보다 45% 이상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관계자는 "김치산업은 규모화, 자동화를 통해 경영 효율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